122. 교회는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기묘한 융합이다
아들아, 교회는 창으로 찔린 내 옆구리에서 나왔으니 나의 소유이다. 교회는 모든 사람을 영원한 항구로 인도하기 위하여 내가 세운 구원의 성사이다.
교회는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기묘한 융합이다. 영과 물질 (=육신)이 융합된 인간에게서 낮은 차원의 교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고, 인간의 자연적 요소인 영혼과 초자연적 요소인 은총의 융합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다. 삼위일체 하느님인 나는 이 지상에 '재창조'를 실현하고 영속시키기 위한 도구로 교회를 원했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현존하고 초자연적으로 활동하며 풍성한 열매를 맺는, 교회의 실제적인 '머리'이며, 교회의 변함없는 '스승'이고, 안전한 '인도자'이다. 또 교회안에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내 교회는 인간적이고 신적인 완전한 사회이다. 인간적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교회를 구성하기 때문이고, 신적이라고 하는 것은 교회의 기원이 하느님께 있고, 교회의 본질과 교리가 신적일 뿐 아니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성화의 수단도 신적이고, 교회가 추구하는 목적도 신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교회가 완전하다고 하는 것은 완전한 교회가 되는 데 부족한 것이 도무지 없기 때문이고, 교회 안에 순환하는 생명이 하느님의 생명이기 때문이며, 교회에 깊이 스며 있는 성령의 역사(役事)와 현존이 지상에서 나그네살이를 하는 교회의 여정 전체에 걸쳐 교회를 떠받쳐 주고 활기차게 하며 성화시키기 때문이다.
교회 속에 침투한 지옥의 연기
아들아, 네가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교회가 수없이 많은 악으로 이토록 가공할 고통을 겪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네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이제 내가 그 이유를 말해 주마.
그것은 사람이 교회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고, 사람이 있는 곳에는 불완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이 자만과 교만에 따라 움직이면서 악한 정신으로 책략을 부리기라도 하면, 사탄은 그 사람을 사로잡아 악의 도구로 만들고 만다. 그러니 사탄은 하느님의 흉내를 내는 자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선으로 만드시지만, 사탄은 모든 것을 악으로 만드는 것이다.
- 예수님, 교회가 이다지도 중병에 걸려 있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 그것은 교회 안에 침투한 지옥의 연기가, 교만 때문에 이를 원하는 자들의 정신을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이 불행한 자들은 그들이 교회에 끼친 헤아릴 수 없는 해악을 결코 제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
아들아, 너는 또 성령의 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다, 아들아, 하느님은 거짓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다. 하느님은 약속을 충실히 지키신다. 부족한 어떤 점은 하느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쪽에 있다. 인간이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다.
십자가의 길로 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으신다. 사람이 이 놀라운 선물을 악용하여 하느님을 거역할 때에도 그렇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신다면, 세상은 현재 어떻게 되어 있겠는지 말해 보아라. 아들아, 너에게 여러 번 말했듯이, 악은 어떤 성질의 것이든지 하느님에게서 오는 법이 없고, 바로 "악" 자체이고 악 전체인 사탄 및 악을 원하는 인간에게서 온다. 그렇다. 결코 하느님에게서 오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불충실하신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께 불충실하기 때문이다.
내 교회의 목적은 바로 내 '구속 신비'의 목적과 같다. 이 목적을 추구하는 일은 교회에 속해 있지만, 그것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 자체는 내 구속의 수단과 동일한 것인즉, 곧 겸손과 가난과 순종, 그리고 '갈바리아'이다. 그런데 오늘날 매우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대부분의 주교와 사제와 수도자들마저 갈바리아로 오르기를 거부한다. '십자가의 길'로 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기에 오늘날 내 교회의 메마름의 근원이 있다.
홀로 내 교회만이 내 '말'을 맡아 수호하고 해석할 권한이 있다. 내 교회의 이 특권을 감히 부인하고 독성적으로 이를 가로채어 내 말을 손상하고 왜곡하고 변질시키는 자는 교만으로 인한 중대한 죄를, 곧 성령을 거스르는 중죄를 범하는 것이니,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이다(마태 12,31).
아들아, 네게 강복한다.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네 예수에게 기쁨을 주려무나.
(1977년 12월 1일 ④)